30대 이상의 한국인이라면 초등 학교 시절 가장 익숙한 가게로 동네 슈퍼와 문구점을 꼽을 것이다. 하지 만 언제부터인가 동네 슈퍼는 대형 마트와 편의점으로 바뀌었고 문구 점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 수가 줄어들었다. 이처럼 동네의 전통적 인 소규모 상가들이 폐업의 위기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장 사가 안돼서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 이유일 것이고, 이들의 역할을 누군가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해 본다.
균일가 생활용품점의 등장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의 보고서가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불황 속에서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것은 ‘균일가 생활용품점’이다. 장을 보거나,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많이 찾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묻는 질문에 대형할인마트(90%, 중복응답) 다음으로, 대형 슈퍼(45.6%)와 함께 균일가 생활용품점(45.5%)을 꼽았다. 특히 남성(74.2%)보다는 여성(81.4%) 이, 20~30대 젊은층이 ‘균일가 생활용품점’을 자주 이용하는(20대 57.6%, 30대 48.8%, 40대 40.8%, 50대 34.8%) 경향이 뚜렷했다. (표 1 참고)
또한 균일가 생활용품점을 방문 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절반 가량(53.6%)이 이전과 이용빈도가 비슷하다고 밝힌 가운데, 과거보다 더 자주 이용하고 있다는 소비자 (36.4%)가 예전보다는 덜 이용하는 것 같다는 소비자(8.7%)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문구용품 구입이 가장 큰 것이 문방구 직격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입해 본 제품은 문구류(45.3%, 중복응답)가 절대적인 우위였으며, 다음으로 건전지/충전기/멀티탭 (28.2%), 지퍼백/랩/호일(27.5%), 청소도구(26.5%), 고무장갑/수세미(23.4%), 욕실화/발매트/발판 (23%), 수납용품(22%), 일회용기 (21%) 등도 많이 구입한 상품들이 었다. 결국 이런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 학교 앞 문방구를 우리 사 에서 퇴출시킨 주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공통적이었다. 굳이 비싼 제품을 살 필요가 없고, 부담감 없이 막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물론 다른 곳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저렴하고 실용적인 상품이 다양하다 균일가 생활용품점에서 구매한 제품들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주방용품 구매자의 만족도(68.5%)가 가장 높았으며, 문구/팬시용품(66.7%)과 이/미용 화장품(66.7%), 욕실용품(66%), 홈 인테리어용품(65.1%), 청소/세탁/ 생활용품(63.1%) 역시 제품에 만족 하는 소비자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전자/전기용품(53.1%) 과 의류/패션제품(51.9%)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다소 낮은 편이었다. 향후에도 균일가 생활용품점에서의 제품 구매는 많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구매 경험자 10명 중 7명(70.1%)이 앞으로 더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밝혔고, 반면 지금보다는 덜 구매할 것 같다는 의견(8.4%)은 소수에 불과했다.
최근들어 이용자들이 더욱 증가하는 원인은 한 곳에서 여러 가지 상품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57.5%, 중복응답) 매장의 특성과 경제적인 이유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지고(55.7%), 경기 불황으로 가계소득이 감소한 것 (48.4%)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일반화된 균일가 생활용품점, 품질이 좋아지면 실제 균일가 생활용품점이 향후 개선해나가야 할 과제로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바로 제품의 품질 개선(64.4%, 중복응답)이었다. 연령이 높을수록(20대 60.4%, 30대 61.6%, 40대 65.6%, 50대 70%) 제품의 품질 개선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큰 모습이었다. 또한 제품의 내 구성(55.1%)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제품의 안전성 확보(33.8%) 및 다양화(26.5%), 디자인 개선 (16.9%)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20대 젊은 소비자의 경 우 다른 연령에 비해 제품의 다양화 (32%)와 디자인 개선(20.4%)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은 특징을 보였다.
물론 이런 불황기에 소비재 상품의 유통채널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 는 저가형 백화점의 역할을 하기 때 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균일가 생활용품점은 더욱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중소 상공인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는다는 측면에서는, 자본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의 빈익빈 부익부 가속화 현상이라는 분석에 창업전문가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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