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만 기자 |
panews@hanmail.net 승인 2017.05.25 13:28:48
지난 19일 열린 평택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간담회는 진행되는 시간 내내 학부모들의 고성이 오가는 심각한 분위기였다. 평택여고와 세교중 교장과 학부모 30여 명, 주변에 입주예정인 아파트 주민대표, 두레생협 대표 등은 시작부터 세교산업단지 내의 삼덕산업(주)를 비롯한 유행공장들의 미세먼지와 악취 피해와 대책에 대해 시청 담당자들을 몰아쳤다.
간담회를 주관한 평택시의회 박환우 의원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 5월 6일 KBS 특집다큐로 방영된 우리동네 미세먼지 보고서에서 평택의 미세먼지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강조하고, 지금까지의 소극적 대응이 아닌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환경문제에 대해 민감한 민심이 점점 높아져가고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에서도 나타난 미세먼지 30% 줄이기 약속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되는 상황이다. 평택시는 경기도 내 미세먼지 최고의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했고 해야 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날이 갈수록 더한 대기오염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가 그랬듯 평택시의 미세먼지, 악취도 벌써부터 언론의 주된 뉴스거리다. 평택의 미세먼지와 악취는 서해안에 위치한 지리적 이유로 화성시, 당진시와 함께 중국발 미세먼지의 최대 피해지로 여겨졌다. 게다가 평택항의 화물 하역에서 생기는 분진 역시 추가적인 이유였고 화물차와 시내 버스, 승용차의 경유 매연 등이 복합된 문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세교산업단지 내 삼덕산업(주)을 비롯한 몇 개의 기업들이 만드는 악취와 미세먼지는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아스콘 생산공장이 주변 중·고등학교에 미치는 피해와 더불어 2018년 1월부터 들어설 힐스테이트 아파트 입주민에게 미칠 피해까지 상상 이상이라는 것 때문에 더 큰 주목을 끌고 있다. 미세먼지·악취 등 대기오염 물질을 발생시키는 공장은 세교 산단 내 삼덕산업, 동양잉크, 캐터필라정밀씰, 아시아첨가제 등 4개 업체다. 평택여고와 세교중 교장들은 이들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악취로 세교중은 올봄에만 들어 벌써 2번의 수업중지, 하교를 해야만 했고 수업을 멈출 수 없는 평택여고는 아직 에어컨을 틀기는 이른 계절이지만 창문을 꼭꼭 닫고 수업을 해야만 한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세교중 1학년 입학생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지난 3월 입학한 후 바로 두통과 기침을 호소하고 목소리가 이상해지고 피부에 문제가 생기는 등 도저히 학생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교산단의 4개 업체로 인한 주변 학교, 주거시설이 받는 피해의 심각성은 간담회 시간 내내 고성이 오간 성토 대상이었다.
삼덕산업의 나 몰라라, 배 째라!
참석한 학부모들은 주변 학교 및 주민들의 계속되는 민원과는 관계없이 삼덕산업(주)가 보여주는 이중적 태도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오래전부터 나온 공장 이전 문제는 이제 이전계획을 확정했다고 말할 뿐 일정을 포함한 구체적 내용에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박환우 의원이 밝힌 이 문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삼덕산업(주)의 매출과 경영성과는 참석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수 십 억 원씩 당기순이익을 내면서도 민원에 대한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삼덕산업의 재생 아스콘 생산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기존의 아스콘을 회수, 다시 재생해서 사용하도록 하는 재생 아스콘 생산량은 최근 2~3년 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749톤으로 전체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던 재생아스콘이 2016년에는 5,677톤(2.5%) 올해 2,812톤(27.5%)으로 생산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삼덕산업(주)의 당기 순이익은 지난해 49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재생아스콘의 생산 확대가 수익을 기존의 일반 아스콘 생산에 비해 수익을 3배 정도 증가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해물질도 3배 더 만들어낸다고 알려져 있다. 수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 유해물질을 더 쏟아내도 괜찮다는 기업이윤 최악의 논리를 적용시킨 결과다.
민원은 솟구치는데… 대응은?
당기 순이익 대박 속에서 공장이 보여준 민원 대응은 지나칠 정도로 무성의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덕산업(주)는 공장 이전을 확정 지었고 지난해 악취 저감장치를 설치했고, 먼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청소 요원 2명을 채용하는 등 민원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답변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정문 앞에 물 뿌리기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드나드는 덤프트럭 사이에서 계속되는 먼지와 기자를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는 악취는 우려 이상의 걱정을 만드는데 충분했다. 아스콘 공장의 발생하는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포함된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이미 언론에서 보도된 의왕시 아스콘 공장 사건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KBS 다큐에서는 세교산단의 아스콘 공장 굴뚝 벤조피렌 농도가 의왕시 공장 굴뚝에서 측정된 농도보다 10배 정도 높게 나왔다고 박환우 의원은 밝혔다. 이런 내용에 대해 이미 해당 학교의 교직원들은 교사이동 신청에서 기피대상이 되었고 학부모들은 학생의 타시도 전학을 생각하는 등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모임에 참석한 3학년 학부모는 “지난 3년간 내내 대책을 기대했지만 이전한다는 계획뿐이었고, 그사이 아이가 졸업을 하게 되었다. 평택시를 위해서도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의 학부모는 “시청 담당자들은 출근을 학교로 해서 며칠 동안 그 환경에서 근무를 해보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2면에 이어
시청의 적극적 대책 마련 시급
빗발치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시청의 노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오명근 의원은 이런 긴급간담회에 관련업체의 대표나 책임자가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고, 현대힐스테이트 등 입주예정자 모임 대표는 현재 삼덕산업(주)의 악취와 미세먼지 배출량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자료가 있는 지를 물었다.
참석한 학부모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담당자도 없는 평택시청에 당장 TF팀을 설치하고 해당 공장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의 성분 조사와 함께 공장의 시설 보완 등 환경 개선, 학교 교실의 공기정화기 설치 등 당장 가능한 대책과 실행 시기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공장 이전 등의 장기 과제의 진행사항, 실행 시기를 분명히 문서로 증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시청 담당자인 산업환경국장은 최근의 평택시 발전에서 상황변화로 나타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해 조만간 가시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법의 범위를 벗어나 사기업의 기업행위를 임의로 제한할 수 없는 답답함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했다. 간담회가 끝날 즈음 일어난 학부모는 “지지부진하게 시청이 대응을 못하면 차라리 학교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공장 이전이 3년 걸린다면 학교용지가 있으니 1년 만에 학교를 짓고 학생들이 그쪽으로 다니게 했다면, 이 문제 벌써 해결되었을 것”이라며 시청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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