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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4. 29. 00:11 평안신문 기자로../농업

춤추는 쌀값에 걱정... ‘쌀 생산조정제’ 어찌 되나?

조경만 기자  |  panews@hanmail.net  승인 2018.04.26  16:39:39

 

 
 
  2005년 한미 FTA가 논의되면서 2012년 3월 발효되는 7년의 과정에서도 그랬지만 최근의 재협상 과정에서도 정부가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보여준 노력은 대단했다. 자동차 등 제조업을 양보하면서도 끝내 농업은 놓치지 않았다.

 

  우리의 주식이자 식량 안보의 핵심이 쌀이라는 명분으로 FTA(자유무역)에서 대부분 농산물의 수입 장벽이 헐렸으나 쌀만은 513%(2015년 이후 기준)의 높은 관세를 매기면서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 농업이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쌀값 안정이라는 과제에 대안을 못 찾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정부의 ‘쌀 생산조정제’가 기대 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그 원인과 결과를 점검해 본다.

 

쌀값 안정의 대안으로 ‘쌀 생산조정제’

 

  한국의 쌀 시장은 기본적으로 공급과잉 구조이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연간 약 420만t이 생산되지만 수요량은 380만t 정도로 매년 30-40만t이 남는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쌀 생산량은 1998년 510만t에서 지난해 397만t으로 22.2% 줄었으나, 같은 기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37.7% 줄었다. 결국 공급초과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쌀값은 떨어져야 한다.

 

   이렇게 남는 쌀이 넘치지만 표에서 보는 것처럼 쌀값이 춤추는 이유는 정부가 시장에 간섭해 가격구조를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농가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해 각종 보조금을 주고,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과잉 공급량을 직접 사들여 비축해 정부 재고량은 매년 늘어 올 2월 말 기준 230만t 이 됐다. 이렇게 쌀 가격의 변동으로 농민도 울상이지만 정부도 떨어지는 쌀값 보전과 남는 쌀의 보관 창고비가 만만치 않다.

 

   쌀 가격이 하락하면 농민은 생계 보장을 위해 거리로 나서고, 정부는 세금으로 농업계 손실을 막아주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벼 농가를 보호하고 쌀 가격을 안정시키려고 지출한 예산은 직불금(1조4 천900억 원)과 쌀 매입(7천677 억 원), 공공비축(2천532억 원) 등 2조5천억 원을 넘는다.

 

   
 

  결국 쌀 과잉생산을 막고 공급을 조절하기 위해 정부가 고육책으로 ‘쌀 생산조정제’를 실시했다.

 

   ‘쌀 생산조정제’는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콩·옥수수 등 다른 작물로 옮겨갈 경우 정부가 논 1㏊당 한 해 340만 원의 보조금을 2년 간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타 작물로 재배한 콩 등의 다양한 판로를 보장해주는 등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경기도와 평택의 목표 달성이 저조한 이유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쌀 생산 조정제’의 대상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이 부진하자 3월 말이었던 기한은 4월 20일까지로 늘려 잡았고 다시 대부분 지자체가 5월로 연장한 상태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올해 ‘쌀 생산조정제’ 적용을 신청한 농가들의 재배 면적은 3만2,500㏊로 목표 5만 ㏊의 65% 수준”이라고 밝혔다.

 

   경상도와 전라도 등 남부지역을 제외한 중부지방의 경기도는 참담한 수준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지역 타작물 전환율은 지난 20일 오후 5시 기준 목표 면적의 16.6%(863㏊, 1㏊=1만㎡) 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전환율 (64.2%)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 하다.

 

   이런 결과에 대해 경기도는 몇 가지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먼저 최근 전국 평균 산지 쌀값(20 ㎏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5%나 치솟자 다른 시·도 보다 쌀값이 1만 원 가량 비싼 경기미 재배 농가들도 '쌀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계속 쌀농사를 고집하고 있다.

 

  두번째는 농촌 고령화에 따라 기계화로 농사가 쉬운 논농사를 떠날 자신이 없다는 분석이다. 거의 대부분 기계의 힘을 빌리는 논농사를 파종부터 풀 뽑기, 수확까지 손이 많이 가는 밭농사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추가적으로 경기도에 일반화된 60-70%에 이르는 위탁농 상황에서 토지주들의 동의까지 받으며 밭농사로 전환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평택은 전환 목표인 837ha에서 57ha 신청에 불과 해 목표대비 6.8% 정도의 낮은 달성률을 보이고 있다. 평택시는 이런 이유에 대해 평택은 유난히 논농사 비율이 높어서 넓은 화성시에 비해 전체 면적은 66% 에 머물지만 논 면적은 105%에 이를 정도로 논농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정도로 평야가 많고 간척지 성격의 농토는 쉽게 밭농사로 전환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가을의 쌀값 폭락
그리고 수매 시 후폭풍도


  이런 결과로 문제는 올 가을부터 나타나게 된다. ‘쌀 생산조정제’가 실패하면서 올해도 전국적으로 10여t의 초과 공급 물량이 발생할 수 있고 올해도 수확기에 또다시 쌀값 폭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초 정부는 ‘쌀 생산조정제’를 통해 5만㏊ 정도의 벼 재배 면적이 줄면 올해 쌀 수급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초과 공급되는 쌀이 30만t 정도인데, 5만㏊ 면적은 쌀 25만t에 해당하므로 쌀 초과공급량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계획대로 되었다면 쌀값이 17만원을 유지할 것이지만 50%에 머문다면 15만5천 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농촌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또한 정부는 ‘쌀 생산조정제’에 따른 보조금을 사전에 지급할 예정이어서 수확기에 햅쌀을 지난해처럼 대량 매입하기도 쉽지 않다. ‘쌀 생산조정제’ 시행을 위해 총 1천708억 원의 재원을 이미 투입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수확기 공공비축미 매입량을 시·도별로 배정할 때 전환율을 평가 기준으로 반영하겠다고 예고했기에 후폭풍도 우려된다. 경기도는 논 타작물 재배전 환율이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정부의 공공비축미 매입량 배정시 불이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경기지역의 공공비축미 매입량은 지난해 수준(8천576t)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쌀 생산조정제’보다 원칙 분명한 쌀 생산대책 아쉬워


현재 소비자가 시장에서 구매하는 쌀 가격은 19만 원대에 근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쌀 평균 소매가(80㎏)는 18만7,796원이다. 역시 1년 전(14만4,412원)에 비해 30% 올랐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2만 원대에서 최근 17만 원 가까이 올랐다.

  쌀은 남아도는데 쌀값은 오르니 기현상이다. 농가들에선 벼농사가 밭농사보다 익숙하고 편하다.  쌀이 과잉생산되거나 쌀값이 폭락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보호’를 해주는데 골치 아프게 다른 작물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 쌀농사를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쌀값 급등에도 정작 농가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해 가을 수확기 농협이나 유통업자에게 넘겨 가격 인상 혜택을 보지 못하는 데다 생산비가 오르면서 농가 실질 소득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어서다. 가뜩이나 생활물가가 올라가계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음식점 등은 쌀값 급등으로 재료비 부담까지 더해져 한숨을 짓고 있다.

  이번 ‘쌀 생산조정제’의 실패에 대한 원인분석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농민들에게 쌀농사를 짓지 않도록 유도한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금으로 쌀 가격을 유지해주는 모순된 정책(쌀수매제)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쌀 생산조정제’ 실패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지난해 쌀값이 한 가마(80㎏)당 12만 원대로 폭락하자 7,200억 원을 들여 쌀 37만톤을 사들였다.

  정부가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겠다고 이야기는 하면서도 농업에 대해서 만큼은 특별히 예외를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정부가 지난해 수확기 기준 사상 최대 물량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산지 쌀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것이 농민들에게는 '올해도 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하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실패를 자초한 ‘쌀 생산조정제’는 이래저래 성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자본주의에서 필요한 시장 중심의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쌀 생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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