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만 기자 |
panews@hanmail.net 승인 2018.01.11 14:21:02
새해 벽두부터 중·고등학교 무상교육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가계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려는 계획인지, 지방선거를 앞둔 표심잡기인지 구분하기 힘든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제주도에서 시작한 고등학교 무상교육, 전국적인 무상급식과 함께 경기도의 중학교 무상교복까지 보편적 복지라는 이유로 중고생들에게 가르치고 먹이 고 입히는 모든 것을 세금으로 해 주자는데 과연 예산은 가능한 것 일까?
전국 지자체마다 무상급식 실시
2018년 새해부터 제주도가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 표하면서 1인당 연간 약 430만 원 정도에 이르는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비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약 201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제주도의 전면적인 고교 무상교육 계획에 충남도 고교 입학금을 면제해주기로 하는 등 각 지자체들이 고교 무상교육 정책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2020년 교과서비까지 포함한 고교 무상교육을 도입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전면실시를 계획 중이지만 지자체들이 자체 예산으로 먼저 치고나 가며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으로 무상교육이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무상교육은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비 등이 지원되는 것이지 학교급식이나 교복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2017년 국회자료에서는 전국 초중고 579.5만여 명 학생 중 74.1%에 해당하는 429.4만여 명의 학생이 학교급식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나타났다. 2018년 인천이 작년 중학교 무상급식에 이어 영유아와 고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강원 역시 영유아부터 초중고까지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경기도에도 무상교복은 갈등의 씨앗
이제 상대적으로 예산이 넉넉한 경기도와 몇 개의 지자체는 무상 교복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경기도 의회는 보건복지부 협의를 전제조건으로 2018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중학교 신입생 무상교복 예산 210억 원으로 도내 12만 5 천 명에게 각각 22만 원 상당의 교복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할 계획이다. 성남과 용인, 광명, 안성, 과천시는 경기도와 별개로 중·고교 무상교복 지원에 관해 복지부에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성남과 용인의 무상교복 협의에 대해 보건 복지부는 중·고교 신입생 전원이 아닌 취약계층에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들 시는 거부했다.
심지어 성남시는 복지부 협의 없이 2016년부터 독자적으로 중학교 무상교복을 시행하고 있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안성을 포함해 용인·광명·과천 등 4개 시의 경우 올해 본예산에 중·고교 무상교복비를 편성하면서 경기도와 무관하게 교복지원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평택시는 무상중고교 무상교복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평택운동본부에서 지난 11월 중순부터 무상교복 실현을 위한 평택시민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2017년 3월 기준 평택시 중학생 신입생 규모는 공립 2,634 명, 사립 2,022명 등 총 4,656명 이며, 고교생은 5,423명으로 1인당 29만 원을 지원하면 약 29억 2,200여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도 2020년부터 계획은 있어
지자체들의 무상교복 협의에 보건복지부가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를 권하면서 문제에 부딪치자 국무총리 소속의 사회보장 위원회에서 다시 조정하도록 하고 1월 중 일정을 계획 중에 있다. 경기도 계획대로 된다면 경기도의 모든 중학교 신입생들은 무상교복의 혜택을 받을 것이고, 용인, 성남, 안성 등 7개 시는 고교 신입생 까지 무상교복 혜택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각이 다르거나 예산이 넉넉지 않은 경기도 내의 기초단체 시군은 25%(도교육청 50%, 도 25%)에 해당하는 부담에 전면적 시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이렇게 무상교복을 둘러싼 정부와 광역단체, 광역 단체와 기초단체 간 갈등은 기초 단체 간의 비교와 함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성남·광명·오산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용인·안성·안양·과천시장은 자유한국당 소속 이다. 이렇게 단체장의 소속 정당 을 막론하고 무상교복 정책이 번지고 있는 것은 재정 자립도 등 자 치단체들의 재정적 여유에서 비롯 되는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북 문경과 상주가 초등 무상급식을 실시하면서 전국 시단위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비로소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급식이 이제 막 이루어진 지자체 입장에서는 무상교복은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포퓰리즘 우려
정당의 복지철학은 다르지만, 교육 현장에선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보편적 교육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무상급식, 무상교복 등이 올해 6월 13일에 제7대 지방자치제 선거가 있기 때문에 나타난 표심잡기의 방법이라는 비난도 있다.
어느 언론에서도 이런 무상급식, 무상교복 지원에 매년 얼마의 예산이 필요한데, 국민과 시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는다. 우리는 2012년 영유아보육과 관련해 누리예산 집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복지는 한번 주어지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예산의 집행이다. 이미 경직성 예산으로 자리잡은 복지예산은 국가, 지방자치단체에게 30%를 차지하는 큰 부분이 되어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월 7~8만 원 (매년 60~70만 원)의 급식비도 부담이 되는 집이 있고, 3년마다 중고교 신입생이 되면 혜택을 보는 25만 원 정도의 무상교복 지원이 어느 정도 표심을 잡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장기적인 안목의 확실한 정책이 아니고는 또 다시 누리예산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2018년 14.5조원의 경기도 교육청 예산 중 280억 원 은 0.2%에 해당하는 적은 부분이지만 정부와 교육정책에 따라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큰 문제로 나타나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더불어 무상급식과 무상교복을 포함한 무상교육의 논란 속에서 가뜩이나 걱정되는 교육의 질이 혹시 영향을 받지 않나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교육 일선의 중학교 L 교사는 “보편적 복지이든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든 학교에서는 4차혁명을 앞둔 교육의 질이 논의되기를 기대할 뿐”이라며 관심의 방향이 흐려지는 것을 경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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