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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개발촉진법의 실체

조경만 기자  |  panews@hanmail.net   승인 2017.04.06  14:10:03

 

특별법 중의 특별법의 위력

 

  전원개발촉진법은 주민 처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입지 선정 절차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안성 송전 탑처럼 송전선로의 입지 선정은 법률적 근거 없이 사업자인 한전의 내부 방침에 따라 진행해도 된다. 사실 한전은 한전 관계자, 사업 관계자, 주민 대표, 지역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갈등조정 전문가 등으로 ‘입지선정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지만 법률상 설치 근거가 없다.

 

  위원회 결정이 강제력이 없을 뿐 아니라 한전이 임의로 내부에 입지선정위원회를 두고 운영하거나 아예 위원회 설치를 생략할 수도 있는 것이다. 2009년 개정 때 주민 의견을 듣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이마저도 한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요식행위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입지 선정과 경로 결정에 주민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피해 보상도 법률에 규정된 내용이 협소해 법률상 보상이 아닌 간접적·임의적 보상이기 때문에,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을 적대적인 관계로 만드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송전선로와 거리에 따라 주민들의 찬성·반대 경향이 결정되는데, 한전의 보상금은 피해가 덜한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피해가 큰 주민들을 고립시키는 수단으로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시작부터 이웃사이를 갈라놓는 악법 이런 이유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정일 환경위원장은 “한전 내규에 의한 보상제도는 사실상 보상이 아니라 주민들을 회유 하기 위한 ‘미끼’며, ‘공동체 파괴 수단’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최근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이 역시 송전시설 설치가 ‘완료된 뒤’의 보상만 다루므로 건설 과정의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 하는 법률은 아니다.

 

  전원개발촉진법으로 추진하는 각종 사업실행계획의 밑바탕인 ‘장기 송·배전설비계획’과 ‘전력수급 기본계획’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 과정 없이 수립된다는 것이 근본 적인 문제다. ‘전기사업법’은 두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각각 전력정책 심의회·전기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심의기구에 불과한 위원회 구성이 산자부 장관에게 맡겨져 있어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민주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전원사업은 지금까지 어느 한 쪽, 특정 집단의 ‘희생’으로 유지돼 왔지만, 최근에는 쉽게 봉합하기 어려운 인체 유해와 공동의 문제인 환경갈등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2010년 국민 권익위원회는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전원개발촉진법을 개정하도록 권고했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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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엉클조